보배드림이라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구속된 남편 와이프 입니다.’ 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입니다(링크는 아래에).
구속된 남편의 와이프라는 사람이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은 남편에 대한 판결문을 올렸는데, 그 내용에 따르면,
식당에서 각자의 일행들과 모임을 하고 있었던 피고인과 피해자가 있었고, 위 식당 현관 근처에서 피고인의 일행을 배웅하던 피고인이 피해자를 보고 피해자의 옆을 지나가면서 손으로 피해자의 우측 엉덩이 부위를 움켜잡았고 이로써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것이 범죄사실입니다.
이 사건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피고인이 징역 6개월 및 40시간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등의 비교적 높은 형을 선고 받았는데, 피고인의 와이프가 공개한 CCTV 영상에서는 추행이라고 의심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고 피고인은 극구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진술과 피고인의 진술 2가지만을 근거로 그러한 높은 형이 선고되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018년 9월 6일에 글이 올라온 이후 이틀 만에 97,084 명(2018. 9. 8. 2:46 기준)이 참여할 정도로 인터넷 여론의 열기가 뜨거운데, 판결문 내용만 가지고 이 판결의 결과 및 판결을 내린 판사를 비난하기는 어렵고, 이 사건 기록 전체를 봐야 이 사건에 대한 어느 정도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하다 할 것입니다(개인적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위 사건의 기록을 한 번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이 많은 것은, 피해자가 여성이고 가해자가 남성인 성범죄 사건에서의 소위 ‘유죄추정의 원칙’ 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수사 및 재판이 진행되는 근래의 분위기에 이 사건이 불을 지른 모양새가 되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형사소송의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이 99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피고인을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위와 같은, 여성이 피해자이고 남성이 가해자인 성범죄 사건에서만 이러한 대원칙이 무너져서는 안됩니다. 형사소송의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소송법이 아닌 헌법(제27조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형사소송법이 아닌 헌법에 이러한 원칙이 규정되어서 더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헌법은 추상적이며 선언적 의미만 클 뿐, 구체적인 개별 사안에 대해서 실제로 구속력이 적은, 뭔가 현실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속세를 떠나 혼자 신선 놀음하고 있는 도인과 같아서 실제 형사 사건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범죄 사실에 대한 증거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형사 사건의 경우 판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실질적으로 엄격히 지키기는 쉽지 않겠습니다만 적어도 그러지 않은 사건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겠습니다.
어쨌든, 위 보배드림의 강제추행 사건이 이러한 소위 ‘유죄추정의 원칙’ 분위기에 불을 지른 사건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기록 전체를 보지 않은 상황에서 판결문 내용만 가지고 판결을 내린 판사를 비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판결을 내린 판사가 여자다라는 소문도 있는 것 같은데, 제가 확인한 바로는 판사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