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 – IT의 무덤 (2)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을 변호할 때 변호사인 제게 가장 어려운 일은 단연코 ‘수사 기록의 복사’입니다. 변호인은 ‘철끈’을 완전히 분리하지 않은 채로 두꺼운 수사기록 뭉치(위 그림의 빨간색 부분)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일일이 복사해야 합니다. 검찰이 수사 기록을 복사할 때 ‘철끈’을 분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그려졌던 30년 후의 미래였던 2015년 10월 21일이 2년 이상 훌쩍 지났을 뿐더러 만화 ‘2020원더키디’의 2020년이 2년 앞으로 다가온 2018년 7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철끈’을 완전히 분리하지 못한 채로 수백 장이 넘는 종이 서류를 (길게는) 2~3일 동안 꼬박 복사해야 검사의 수사 기록을 얻을 수 있습니다.